[국제]프랑스와 독일 실제 유학비를 알려주마

-딴지일보의 프랑스와 독일 유학비 비교 기사, 

아주 꼼꼼한 비교라 전부 읽지는 못할 정도로 유익하다! 

나.. 나는 둘 다 가고 싶다. 


어학연수 영어공부 제대로 하기(어설프게 영어공부하는 이들을 향한 독설).hwp

-어학연수 할 때 이 글 보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좀 고압적인 면이 있는 글이지만 영어공부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 할 만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지원정보사이트

-예술계 쪽이라면 이곳의 지원도 노려 볼 만하다. 아래에 더치컬쳐를 몰랐던 때는 이곳을 자주 들어가곤 했었지만

여전히 좋은 곳이다. 


-국제 작가 레지던시 지원사업을 알아보던 중 우연히 찾은 네덜란드 사이트 

상단 우측의 Find your residency here!을 클릭하면 원하는 국가와 지역의 레지던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다. 



발견 할 때마다 추가로 올리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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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임차인은 무엇인가, 

꼬박꼬박 임대료를 지불하고, 깨끗하게 건물을 관리하고, 웃는 얼굴로 집주인을 맞고

까다롭지 않은 임차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임차인,

한마디로 봉 이다. 


임차인의 입장으로는 집을 빌려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고달프다. 

비싼 임대료에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좋은 임차인이 되지말자, 까다롭게 살피고 의견을 말하자.


왜? 

걱정없이 두 다리 뻗고 잠들 수 있어야 하는 곳이 집이니까.

그리고 피 같은 돈을 내니까.


그래서 즐거운 임차인 되기

우리는 그저 3군데의 집을 둘러 보고 마지막 집을 바로 계약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적어도 10군데는 둘러보고 집 계약을 했었는데 너무 덜컥 결정을 해버렸다. 

더 둘러보기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기도 했고, 남편이 그 집을 너무 마음에 들어 했다.

집은 딱 둘러봐도 모나는 부분이 없었고 앞마당, 뒷마당 모두 있는 것도 좋았다.

 좋다, 바로 결정하기로 했다.



보증금 580유로에 한달 방값 580유로, 한화로 각각 86만원 돈이다.

지금은 후회한다. 같은 돈에 원룸으로 갔다면 온전히 내 자신에 집중 할 수 있었을 텐데.

영어로 집 찾기 힘들어도, 홈스테이를 더 연장 하더라도 끝까지 원룸을 찾았어야 하는 거 였다.


쉐어룸에 사는 것은 '어떤 사람과 같이 사느냐'의 문제가 크다.  

끝에 가서는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 같은 잘잘못 가리기가 점점 커져갔다. 

가족끼리도 오랫동안 같은 집에 지내면 지지고 볶고 싸우는데, 

하물며 이 먼 타지에서 처음 만나, 헤어지고 나면 영원히 안볼 수도 있는 사람끼리는 어떻겠는가.  

나는 같은 한국인 유학생, 혹은 워홀러끼리 쉐어룸에서 지내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같은 언어를 쓰면서 같은 집에서 힘든 타국 생활을 함께 한다라. 

서로 아는 만큼 상처 줄 수 있다. 

차라리 외국인이라면 다른 문화와 언어를 쓰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차라리 그려러니하면 속이 편하다.


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생존의 문제다. 한국인의 정과 의리? 그런 거 처음에 있을 지 몰라도 나중에 갈 수록 바닥이 드러난다.

왜? 이건 생존이니까. 내가 내는 임대료로 그들이 수익을 보려는 것이 뻔히 보이고 그것에 대해서 미안하다거나 하는 감정도 없다. 

안그래도 살기 힘든 타국생활인데 같이 헤쳐나가려기보다는. 같은 동포한테 돈 더 내게 하고 이득 보려는 게 참 속보이더라. 

어쩔 수 없다. 생존이니까. 

첫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 할 수 있다는 오만도 버리는 것이 좋다.  



쉐어룸을 계약할 수록 조심 하길 바란다. 

  • 집주인의 성과 이름, 연락처를 모두 얻은 후, 그에게 당신이 방을 임차 했음을 알려 권리를 보호 받아라.

  • 집의 공간에 비해 플렛메이트들 수가 많고, 인원 수를 외부에 알리지 않길 원하며,
    임대료 또한 저렴하지 않다면 
    당신은 임대 사업의 일부로 이용 당하고 있는 거다.

  • 보증금을 주기로 결정하기 전,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집들의 임대료과 환경을 한번 더 살펴 보도록 하라.

  • 차라리 집을 찾는 사람들을 모아, 새 집을 임대 받는 것이 정당한 가격, 제 값 주고 지내는 방법 이다. 







집을 임대 함에 있어 더 자세한 부분은 아래를 참고하길 바란다. 

 (출처 http://www.prtb.ie/tenants/helpful-info/guides)

임대 시설에서 당신이 살펴봐야 할 것은? 

  • 계약을 하기에 앞서 안전하고 좋은 곳 인가?

  • 매물의 크기와 위치는 적당한가?

  • 가스,전기 등 기타 요금과 함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 곰팡이가 있는가? 혹은 곰팡이가 생길 수 있는 요인이나 흔적이 있는가?

  • 모든 기기와 시설물들이 잘 작동하고 있는가?

  • 쓰레기 폐기물 처리 비용은 누가 지불하는가?

  • 보증금의 금액과 반환조건은 어떠한가?

  • 어떤 종류의 매물이 당신에게 최선인가? 그 지역의 시세가 어떠한가? 보증금을 주기로 마음 먹기 전에,
    같은 지역의 다른 매물들을 돌아
    본다면 결정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세입자로서 당신의 권리.

세입자로서 당신의 권리는 2004년 제정 된 주택임대차법 주택규정의
최소한의 기준 및 
집주인과의 서면, 구두 상의 동의 부터 온다.

그것은 아래와 같다:


  • 임대시설은 반드시 좋은 상태여야 한다. 
    예)손질이 잘 되어 있는 가전제품의 소리, 온/냉수의 가용성, 적절한 난방, 전기/가스 공급.

  • 세입자는 반드시 집주인의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어야한다.
    응급상황이 아닌 한, 오직 집주인만이 당신의 권리가 보장 된 임대를 낼 수 있다.
      
  • 세입자는 반드시 집주인과 함께 작성 한 계약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세입자는 반드시 임대료 인상을 통보 받아야한다.
     임대료 인상은 
    현재의 시장금리에 따른 28일 뒤의 서면통지에 의해 오직 1년에 단 한번 발생할 수 있다.

  • 세입자는 무리하지 않은 시간이라면 언제든 그들의 집주인과 연결 될 수 있어야 한다. 

  • 세입자는 반드시 임대시설로부터 발생하는 수리비용을 집주인으로부터 배상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일상적인 마모에 의한 손상일 경우 세입자가 지불 하도록 한다.

  • 세입자는 반드시 임대계약 종료 전에 적절한 통지를 제공 해야 한다. 

  • 세입자는 분쟁을 개인주택임대차위원회에 제기 할 수 있다. 






세입자로서 당신의 책임 

  • 제 날짜에 임대료를 지불 한다.

  • 임대시설을 잘 유지한다. 수리가 필요할 때 집주인에게 알리고, 그/그녀 혹은 그들의 방문을 허용한다.

  • 임대시설을 해칠 수 있는 활동에 참가 하지 않는다.
    예) 집안에서 적절한 통풍 없이 옷을 말리면 곰팡이의 번식을 야기 시킬 수 있다.

  • 집주인의 일상적인 점검을 수행 하도록 허락한다.

  • 집주인에게 누가 임대시설에서 거주 하고 있는 지 알린다.

  • 손상, 불편을 초래하거나 법을 위반하지 않는다.

  • 서면, 혹은 구두 상의 임대 계약 조건을 준수 한다.

  • 임대 계약의 종료 전, 집주인에게 적절한 통지를 준다.  

  • 집주인과의 모든 수리, 지불 및 거래 비용에 대한 기록을 보관 해둔다. 

  • 집주인의 요청이 있을 시, 개인주택임대차위원회 등기 양식에 사인한다. 

  • 주거 중 집주인의 보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도록 한다. 






 서비스 비용 지출

임대 시 발생하는 가스, 전기, 전화 및 쓰레기 수집 비용이 그 예이다. 

임차인이 이것을 지불 하는 경우, 그 증거로 모든 영수증이 집세 장부와 함께 기록되어 보관 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전기 및 가스 코인 미터(동전 충전식)를 사용한다면 표준속도로 설정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속도가 너무 높다고 의심된다면 임차인은 관련 서비스 제공자에게 문의 해야 할 것이다. 예)ESB







다음은 집을 계약 하기 앞서 살펴보면 좋은 

HOUSING (STANDARDS FOR RENTED HOUSES) REGULATIONS

임대주택기준 규정을 발번역 해보려 한다.

7페이지라 좀 걸릴 것 같아서 링크를 먼저 걸어둔다.

필요한 사람은 먼저 체크해봐도 좋을 것 같다.



정든 홈스테이를 떠났다. 하울리 여사는 문앞까지 마중 나왔다. 

얕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우리의 짐은 꽤 컸다. 이걸 어떻게 끌고 가나.. 하고 있던 찰나

하울리 아저씨가 역까지 태워주겠다며 차로 짐을 옮겨 주신다.

깐깐했던 하울리 여사가 눈물을 글썽였다. 우리는 서로 포옹하고 인사를 나눴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안녕, 잊지 않을게요. 당신이 만들어 줬던 만난 파이, 아름답던 뒷 편의 정원 

기분 좋은 빨래 냄새, 모든 것들이 종종 기억 날 거 예요. 


버스를 타고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요상한 포즈의 현지인과 담소를 나누며


마침내 도착한 우리의 새 집! 

이 곳에서 우리 부부는 5개월 정도를 지냈다. 

아쉬운 일들이 많았다. 

계약 사항을 조금 더 잘알았거나 더 열심히 집을 찾아 원룸으로 들어갔다면 있지 않았을 일을 안 겪었을텐데,

한달에 약 86만원씩을 내가며 속상하게 살았다. 


우리가 아일랜드에서 집을 찾았던 경로는 크게 2가지 이다. 


1. 한국 커뮤니티 사이트 

아일랜드 유학생 모임 (관련글:쉐어 정보공유 게시판 이용에 따른 주의사항)

 2아일랜드 최대 부동산 사이트 Daft

아일랜드 부동산 정보가 풍부하게 올라와 있으며, 앱으로도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다.(Daft.le)

카테고리는 판매(For Sale), 새집(New Homes),임대(To Rent), 집 함께 쓰기(House Shares), 별장(Holiday home),상가(commercial Property), 주차공간(Parking Spaces) 등이 있다.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카테고리는 거의 2가지 이다. 

 임대(To Rent)

 집 함께 쓰기(House Shares)

 Studio, 즉 원룸을 계약하는 경우이거나

수익 및 비용절감을 위해 함께 쓰는 집(House Share)을 대표로 직접 계약 할 때. 

흔히 쉐어 룸이라고 한다.

싱글룸, 더블룸, 트윈룸으로 나뉘며 

한 집을 함께 씀으로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화장실이 붙어 있는 방은 Ensuit라 부른다.    

*계약 시 물어 볼 것

보증금과 한달 임대료(혹은 주당 임대료)

전기, 가스, 인터넷, 난방, 쓰레기 처리비용(전기 및 가스를 무료로 쓸 수 있거나 중앙난방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집주인의 성과 이름, 연락처, 주소

최소 계약 기간과 방을 빼기 몇 일 전에 통보를 줘야하는 지(이를 어기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가 있다.)   

방, 욕실의 수와 함께 사는 인원 수, 그리고 그들의 직업(쉐어 룸 계약 시)


*쉐어 룸으로 들어가려 한다면

계약하려는 곳의 주변 매물을 주의 깊게 살펴 보길 바란다. 같은 지역, 환경 임에도 비싸거나, 

집에 비해 인원이 많다면 당신은 임대료+임대마스터 월급을 내게 되는 셈이다.

기사 관련 사진
▲  마스터가 부동산에서 집을 빌려서, 셰어를 돌리는 구조를 도식화한 것. 렌트비 차액은 마스터의 수입이 된다.

ⓒ 이애라 

출처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실태①] 악순환 낳는 한인 렌트와 한인 잡

또한 계약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살펴보고, 얼마남지 않았거나 뭔가 복잡해보이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자칫 보증금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 수익을 내기 위해 계약을 하려 한다면

어느 정도 자본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래 체류하지 않는 이상, 임대 수익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히려 그 일은 당신의 신경을 좀 먹어 들어갈 것이다. 

당신은 임대사업을 하기 위해 아일랜드로 온 것인가? 정말 돈 많은 투자가라면 그 일을 할 것 인가?

서로 간의 비용 절감을 위해 함께 쓰는 집을 계약 하길 바란다. 




다음은 안전한 집 계약을 위하여 Daft.ie가 알려주는 몇 가지 팁 이다.

 집 임대 시

  • 임대 건물 보증금을 지불하고 열쇠가 잘 맞는지 확인 함에 동의 한다. 
  • 수표 처럼 추적 가능한 방법으로 예약 보증금을 건다.
  • 유선번호 뿐 만 아니라 휴대전화 번호도 받는다.
  • 매물을 볼 때 건강과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있는 지 주의하여 확인 하라.





함께 쓰는 집 계약 시

  • 주인의 성과 이름, 주소를 받고 그/그녀에게 전화 하여 당신이 방 일부를 임차했음을 확실히 인지하게 한다. 
  • 방을 계약하기로 결심하기 전에 당신의 새로운 동거인들을 모두 만나본다.
  • 임대 건물 보증금을 지불하고 열쇠가 잘 맞는지 확인 함에 동의 한다. 






이 외의 공동 팁

임차인 권리 관련 정보는 Threshold에 접속해보라.


해당 매물을 보러 갈 때, 관련 페이지의 프린트 사본을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이 방법은 광고게시 이후 변경을 대비 한 기록을 가지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광고가 사이트에서 제거 되었을 때, Daft.ie는 광고의 사본을 발급 할 수 없다는 것을 유의하길 바란다.  













아래는 개인주택임대차위원회 사이트에서 발췌, 번역 한 이사 체크리스트 이다. 


 사진촬영

새 임대 개시 전, 임대시설 사진을 찍어 날짜와 함께 기록 해 두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임대 종료 후에도 사진을 찍어두도록 한다건물 상태에 관한 분쟁이 일어날 때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누가 나의 집주인인가?

집주인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중개업자와 거래를 한다면 1993년 제정 된 주택임대장규정법에 따라 

집주인의 성과 이름, 연락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설사 당신이 중개업자와 대리인을 통해 거래를 했더라도, 

분쟁 발생 시 당신은 집주인에게 대항하여 개인주택임대차위원회에 소송을 걸 수 있다.  


 일찍 떠난다고?

임차인들이 정기 기간 계약서에 서명 하는 경우,  정기 임대차 종료기간을 준수 하지 않는한 

6 개월 이내에 임대 종료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구사항 을 준수 하지 않는다면 임차인의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집주인이 보유하게 될 수 있다.


 권리와 의무 

임차인은 그들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집주인과 분쟁이있는 경우에도 여전히 ​​임대 조건을 준수하고 임대료 지불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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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C 어학원 그냥 아일랜드 2014. 1. 22. 11:18

남편과 함께 다니게 된 ATC어학원. 

1973년, 시티에서 떨어진 해변의 브레이에서 시작 하여 점점 그 규모가 커졌고, 

더블린 시티에도 진출하였다고 한다. 여러가지 프로그램들과 시설이 깔끔하게 잘 갗춰진 곳이다.



AM 09:00

1교시 Grammar Class. 

여유있는 표정으로 그가 늘 내뱉던 형용사, "Fantastic!

나의 첫 선생님 키에렌이다. 영어강사와 음악가의 삶을 동시에 꾸려나가고 

영국보다 아일랜드 지도를 더 크게 그리는 재치있는 아저씨.

영어를 가르치면서 역사를 이야기하며 영어의 모순에 대해 지적 하는 선생님이다.  

여름의 끝을 기점으로 이탈리아 친구들이 많이 떠났다. 마리오와 나만이 남아 그의 수업을 들었다. 

마리오는 영어를 정말 못해서 다 큰 아기 같았다. 

"아,아아!" 말을 잇지못하던 그는 답답해질 때면, 고개를 푹 숙인 채 자신의 민둥머리를 박박 긁어댔다.


내가 지각을 하게 되면 키에렌과 마리오 단 둘만 수업을 하게 되거나, 

우리 둘이 동시에 결석을 하게 되면 키에렌 혼자 교실을 지키고 있을 것 같아, 늘 아침 9시 수업 사수를 위해 뛰었다. 


나중에는 학생이 없어서 우리 셋은 모두 각기 다른 반으로 찢어졌다. 뭔가 아쉬운 마음, 마리오는 계속 "NoNoNo" 만 했다. 


사랑스러운 린다. 그녀는 무용과 연기를 했었고 지금은 은퇴하여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잘 들어주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따뜻하게 학생들을 포용 하려고 한다.


그녀의 수업은 다양한 프린트 물로 진행 된다. 수업 이후의 대부분의 시간을 준비에 할애하는 듯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그리고 금요일이면..


즐거운 주말! 과자를 나누는 린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드린 것이 없군요..



AM 11:00

 Break Time

두 시간의 1교시가 끝나면 30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4층의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데워 까먹거나 (전자레인지, 토스트 기, 그릇, 포크, 식기세척기 등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학원 앞 카페 Insomnia에 가서 5유로짜리 샌드위치+아메리카노 세트 하나를 시켜 같이 먹곤 한다.  

학생 대상이라 5유로만 있으면 4.95유로짜리 샌드위치를 집어도 따뜻한 음료를 함께 즐길 수 있다.



AM11:30

2교시 Speaking Class. 


마이클(오른쪽에서 세번 째)의 수업, 첫 인상이 날카롭고 행동도 투박하기 그지 없는 아일랜드 아저씨.

처음에는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괴팍 하게 느껴져서 달갑지 않았다. 


A1 클라스에서 A2 클라스로 레벨이 바뀐 지 얼마 안되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려웠는데

숙제를 많이 내주는 것도 힘든 점이었다. 문제풀이 숙제는 기본, 어떤 때는 일주일에 3번 프레젠테이션을 준비 하기도 했고

제대로 못하면 따끔하게 혼이 났다. 

부끄러운 마음과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일었던 나는 그의 수업을 결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복습했다. 


그를 알아가면서 그가 참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반 분위기도 따뜻했다.

그가 주니어 반을 맡기 위해 다른 젊은 선생님과 수업을 바꿨을 때, 그의 수업이 그리웠다. 슬펐다. 모두가 그를 그리워했다.


콜라와 축구를 사랑하는 멕시코 친구 리카르도, 18살에  홀홀 단신으로 아일랜드에 영어를 공부하러 왔다.

 벌써 5개 국가를 여행 했다고.. 그와 같은 나이 었을 때의 나는 그저 대학입시 걱정 뿐이었는데,

왠지 그가 부럽다. 우측의 사진은 그가 가져온 멕시코 음식 타코.


이번에는 스페인 팀, 스페인은 음식이나 페스티벌이나 운동경기만 봐도 엄청난 나라인 것 같다. 

친구들이 만들어온 스페니쉬 오믈렛, 감자와 계란을 케잌처럼 두껍게 조리해서 먹는 다고 하는데, 고소하고 맛있다!


한국 팀도 했다! 빨간 스카프를 멋지게 둘러 맨 양군이 김밥을 싸와서 다른 친구들과 같이 먹었다. 

내가 맡았던 주제는 한국,중국,일본의 다른 점 이었는 데, 

마지막 보너스로 한국에서 찍었던 결혼 폐백 사진을 보여주니, 저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나의 결혼에 대해 이것 저것 질문을 한다. 여.. 여러분, 저의 주제는 한,중,일의 다른 점 이었다는 것을 기억 해주세요.


마이클의 수업은 점점 난이도가 어려워졌다. 토론을(가끔은 싸우기도 한다.)하거나, 

즉석에서 프레젠테이션을 구상 후, 바로 발표를 진행 하기도 했다. 

거칠 게 몰아치고 톡 쏘는 그의 수업 스타일에 학생 몇몇은 그의 수업에 나오지 않기도 했다. 

그의 수업은 고추가루를 확 풀어헤친 뜨거운 뚝빼기 같았다. 


PM 01:30 After Class

 Activity

총 4시간 동안의 정규 수업이 끝나면 진이 빠지고 배가 금방 꺼진다. 그럼에도 학원은 다음의 세가지 활동 제공 한다. 


1.더블린 안, 밖의 여행 (유료, 혹은 무료. 주말여행도 있다. 일정은 매주 바뀐다.)

2.비지니스 강의, 아일랜드 문화, 영화 강의 등이 있다.(언제나 무료,약 1시간)

3.인텐시브 클래스, 좀 더 영어실력을 높이고 싶은 학생을 위한 강의.(유료, 2시간 반)

 



1.이상하게도 우리부부는 여행모임에 잘 참여 하지않았다. 

 분명 매일 다르고 재미난 활동들이 많은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2. 수요일 마다 진행하는 비지니스 클래스는 참으로 유익하다. 사업과 관련 된 단어들과 표현을 공부 할 수 있다. 

다른 강의도 듣고 싶긴 하지만 정규 수업과 비지니스 클래스를 꼬박꼬박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 만으로도 벅차다. 


3.이번 주부터 인텐시브 클라스를 신청하였다. 

귀국 날짜보다 수강날짜가 남아서 비용을 더 치루지 않아도 된다.

 네 시간의 정규수업을 듣고 또 다시 세 시간의 수업.. 

뭔가 고등학교를 다니긴 하는데 모든 시간표가 영어만 있는 기분이다. 



요즘에는 귀찮은 건 지, 지친 건 지. 말하는 것 보다는 듣는 것에 더 치중 하곤 한다. 

영어로 어떤 이야기든지 하려고 하는 친구들이 많다. 마주한 사람이 사람이라기 보다는 영어연습대상이다. 

상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자신의 욕심에 사로잡힌 모습에서 나를 본다.    

아.. 내가 저랬구나. 알 수 없이 화가 날때도  있지만 더 열심히 듣고 좋은 질문을 해주려고 노력 하고 있다.  



B1 Class 

신년부터 B1 클라스로 한 단계 레벨이 올랐다. 새 선생님 카렌은 더 섬세한 영어를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A2 클라스까지는 문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B1 클라스부터는 발음을 신경 쓴다.


그녀는 내게 계속 미소 지으려는 입 모양과 콧소리를 내는 버릇을 고치라고 늘 충고 한다.

영어를 쓸 때 목 아프게 목소리로 소리를 조절하고 있었다. 그 틈에 코도 같이 이용하고 있던 거다.

계속 들여온 버릇을 고치기 힘들다. 말하다보면 어느 샌가 자연스럽게 코로 소리를 조절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요즘은 코로 나오는 숨을 닫고 목의 울림과 입 모양, 혀를 움직여 다양한 발성을 해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주 틀린다. 카렌은 수업 중에 내가 했던 부정확한 발음을 기록해두고, 

수업이 끝나서도 내가 정확한 발음을 할 때까지 몇 번이고 계속 반복 하게 끔 한다. 

칠판 필기도 더 정확한 철자를 위해 컴퓨터 타이핑을 하며 설명한다. 

자신이 의심 되면 옥스포드 사전을 켜서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이 외에도 각 국 음식 대결, 할로윈 코스튬, 크리스마스 캐롤 장기자랑, 발렌타인 백일장 등 

여러가지 이벤트가 상시적으로 열리곤 한다.


어학원을 등록하려는 학생에게 저가 학원을 등록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ATC어학원은 다른 어학원과 비교하면 중간가격에 속한다. 

수업에 열정적이고 정말 좋은 선생님이 많으면서도 간혹 시간 때우는 것 같은 선생님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저가 어학원은 그 반대 일 가능성이 높을 것 이다. 

이왕 많은 돈과 시간을 들어 어학을 결정 했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길 바란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과제를 던져주고 자기 책상에 앉아 다른 할 일을 하며 수업 시간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 곁에 앉아 그들이 놓친 문법이나 발음을 교정 해 준다. 우리 이야기를 듣고, 함께 대화 하고, 공감 한다.


http://www.atcirelan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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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노숙 안내서(Your guide to sleeping in an airport)

이 안내서를 만든 곳은 Travel Supermarket이라는 미국의 여행사이다. (해당 원본사이트 링크가 불안전하여, 링크는 그들의 블로그 주소로 대체하였다.) 2012년에 선정 된 공항노숙의 천국은 1위 싱가포르 창이공항, 2위 한국 인천공항, 3위 홍콩 국제공항이다. 

2013년, 3위의 자리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이 홍콩을 누르고 올라왔다.

현재 최악을 달리고 있는 공항은  1위 이탈리아 베르가모 오리오 알 세리오 공항, 2위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3위 아이슬란드의 캐플라비크 공항 순 이라고 한다.  


잠자리로 먼저 둘러볼 곳은 안락의자나 푹신한 벤치, 창가선반등이다. 그러나 이런 곳은 언제나 먼저 온 자들의 차지, 

그러나 기회는 있다. 서로 떨어진 의자나 쇼파등으로 침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놓쳤다면?

걱정할 것 없다. 공항의 바닥은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해야할 일

사람은 역시 비빌 곳이 있어야 한다. 벽과 가까운 곳을 찾아라.

전원콘센트가 있는 곳은 명당이다. 적어도 밧데리 걱정 없이 카카오톡을 할 수있을 것이다.

걸어라. 공항에서 잠들기란 쉽지 않다. 약간의 운동이 도움 될 것이다. 

하지 말 것

상점 통로에 캠프 차리기. 그들은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어 당신을 괴롭힐 것이다. 

잠옷으로 갈아입기. 만약 당신이 늦잠을 잤다면 그 옷을 입은채 탑승구로 돌진하게 될 것이다. 

탄산음료 마시기. 과당섭취는 살을 찌우고, 이를 썩게 하고, 단잠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












공항노숙은 그냥노숙보다 훨씬 안전 하다. 보안과 카메라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

1. 공항보안국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두기.

3. 여행가방 지퍼에 자물쇠를 사용하여 보안을 강화하기.

5. 믿을 만한 사람의 주머니 안에 가치있는 물건을 보관하기.

2. 짐들을 코인럭커나 짐보관소에 맡길 수 있는지 알아보기.

4. 여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당번을 만들어 잠 자기.

6. 손목과 가방에 적당한 길이의 끈을 연결시켜 누군가 당신의 짐을 가져가려 할 때 알 수 있도록 하기. 


나만을 위한 달콤한 노숙

공항을 잠자기 가장 편안한 장소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 가지의 용이한 물건들이 당신의 휴식을 도와 줄 것이다. 

안락함

편안한 여행용 매트, 베게

수건, 담요, 안대


위생

소독젤, 화장지, 물티슈

껌처럼 씹을 수 있는 미니 칫솔

(입에 넣고 씹으면 작은 칫솔모가 음식 찌꺼기를 제거해 줌)

놀거리

노트북, 스마트폰, 귀마개나 이어폰, 책, 카메라,잡지




양식

물병, 간식

미처 준비 하지 않았더라도 편안한 노숙을 위한 물건은 여전히 당신에게 있다.  

 1. 당신의 옷이나 배낭을 베게처럼 이용하라.

2. 수건은 훌륭한 담요와 깔개가 될 수 있다. 

3.옷을 겹쳐입어라.

당신의 수면을 도울 최신 장비

Sleep phones -귀가 덮이는 부드러운 감촉의 헤어밴드, 스피커가 내장 되어 있다. Mp3 연결 가능.

Badger herbal sleep balm - 오소리(멸종 위기 관심 필요 종) 기름으로 만든 수면 크림

Dreammate sleep inducer- 근육을 이완하여 수면을 유도 해주는 시계 같이 생긴 밴드 

Sleep pods-  1인~3인용 호텔, 아래의그림 처럼 미니 박스 모양이며  몇몇의 공항에 설치되어있다.  

Travel Supermarket이 인포그래픽을 만들면서 참고한 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RITA 미국 교통 통계 데이터 관련 사이트 

FLIGHT STATS 항공사, 공항 성능 통계 관련 사이트 

LOS ANGELES TIMES   로스 앤젤레스 타임즈 미디어 그룸 

 SLEEPING IN AIRPORTS 공항 노숙 관련 사이트




<번역 하면서 흥미로웠던 3가지>


1. 껌처럼 씹을 수 있는 미니 칫솔

그냥 자이리톨도 아니고 씹는 칫솔이라고? 물도 필요 없어? 히익.. 어..엄청나게 이상하다?? 

조사 해보았더니, 조그만 플라스틱에 다양한 맛으로 판매되고 있고 1회용이라고 한다.


 사용법

먹지 않는다.

껌 처럼 질겅질겅 씹으면서 혀를 이용하여 이동 시킨다. 

 예상효과

입안 청결을 유지할 수 있다.

잇몸 맛사지 효과가 있다.

키스의 제왕이 될 수 있다(?)


2. 슬립박스

저렴한 비용의 숙소 부족과 공공장소의 단기 체류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건축가 모임 THE ARCH GROUP에서 개발한 슬립박스. 도시의 인프라가 사람들에게 더 인간적이고 편리해야한다고 여긴 그들의 프로젝트는 2011년 모스크바의 세레메티예보 국제 공항에 첫 선을 보였고 승객과 기업 사이에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아래는 공항에 설치 된 슬립박스의 모습.

1~3개의 침대, 침대테이블, 전기콘센트, 기분에 따라 조절 가능한 색깔 LED조명, TV, 터치스크린 모니터와 알람시계가 제공되며 시간 당 15달러의 요금을 낸다고 한다.

나무 고유의 느낌이 부드럽고 편안한 기분이 든다. 또 공항 노숙을 하게 된다면 다음 번은 러시아다!

http://arch-group.ru/projects/16


또 다른 소규모 숙소들

런던 Yotel
2007년 런던의 히드로,개트윅 국제 공항, 

2008년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 공항에 설치 됨. 

욕실을 포함, 음식도 시켜 먹을 수 있다.


4시간에 25파운드, 하룻밤은 60파운드

http://www.yotel.com/

미국 Minute Suites

2009년 말 잭슨 국제 공항, 2011년 필라델피아 국제 공항에 설치 됨.

침대 겸용의 쇼파와 TV, 책상, 전화, 사무실 의자 및 인터넷 포함. 

임시 사무실 역할이 가능함


한시간 요금은 30 달러

http://minutesuites.com/

 독일 뮌헨 Napcabs

 뮌헨 공항 터미널의 셀프서비스 부스.

침대, 책상, 에어컨, 인터넷, TV포함

관련영상


세시간에 38달러

http://www.napcabs.com/


두바이 SnoozeCube

두바이 국제 공항 터미널 1에 위치. 

침대, 터치스크린 TV와 인터넷을 제공

소형 방음 룸. 최소 체류조건 2시간.


싱글큐브 18달러, 공유큐브 24달러

http://www.snoozecube.com/

미국 뉴욕 현대 미술관

뉴욕 현대 미술관에도 슬립박스가 있었다. 그것도 안이 훤히 다 들여다 보이는 유리박스 였다! 스코틀랜드 여배우 틸다 스윈튼도 그 곳에서 잤다고 한다. 여기에서 자면 당신도 살아있는 조각상!


 관련기사 Daily News 


3 .SLEEPING IN AIRPORTS 

Cartoon by TrueToons

슬리핑 인 에어포트는 1996년 캐나다의 도나 맥쉐리라는 여성이 

젊은 시절에 돈을 아끼기 위해 공항노숙을 하다가 생각해내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백수였던 그녀는 돈은 없지만 넘쳐나는 시간을 사용하여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반응이 별로 없었지만 그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노력했고, 

현재는 8800개 이상의 공항, 기차, 버스 정류장 리뷰로 가득한 곳이 되었다. 

공항노숙 가이드 인포그래픽의 대부분은 이 사이트의 정보를 참고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매년 최고와 최악의 공항 투표를 진행하는 재미있는 곳이다.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다. 해당 링크는 위의 제목을 클릭하시라.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공항 말고 집에서 잡시다. 집이 최고 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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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지 않으면 그들은 같이 기다릴 것이다. 한쪽은 어서 귀가 해야 할 급한 상황에 놓여 있는 눈치다. 

그들까지 몇 시간이고 이 공항에서 대기 할 필요는 없다. 

"그럼 남편은 남겨두고 같이 가지요."

남편이 고생하겠지만 건강이나 목숨에 위협이 될 상황은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만 기다려 달라하고 입국장으로 다시 뛰어갔다. 덩치 큰 요원 아저씨가 막아선다. 

"안에 짐을 두고 왔어요. 짐을 두고 왔어요."

영어로 할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았다. 다급한 표정으로 같은 말만 반복했다.

"알겠다. 하지만 너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잠시만 기다려라. 다른 일행은 없나?"

나는 그를 데리고 픽업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그들과 짐 분실 신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더니, 

바로 우리 뒤에 있던 공중 전화 수화기를 들어 보인다. 번호 하나를 알려주며 "이 곳으로 전화를 걸면 내부와 연결이 된다."  

시범을 보인다. 연결 되지 않는다. "그들이 늦게 받을 수도 있지만 계속 시도해봐라."며 그는 홀연히 제 자리로 돌아갔다.


세 번을 연달아 연결을 시도 했지만 되지 않는다. 초조해 하고있는 가운데, 로밍 하지 않는 내 핸드폰으로 전화벨이 울린다.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남편으로부터 온 인터넷 전화다.

일본, 암스테르담에서 단 한번도 와이파이에 연결 된 적 없던 핸드폰이 지금에서 연결 된 것이다.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였던 남성의 친절로 노트북 밧데리를 연결하여 핸드폰 충전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항 관계자들에게 유학원 현지 지사장의 연락처를 알려줘서 현재 협의에 들어간 상태이고, 

한국 지사 쪽은 혹시 모를 상황에 새벽 시간에도 기상하여 대기 중이라고 한다.

자신은 언제 나가게 될 지 모르니 먼저 숙소로 들어가라고 한다.

아무 일 없이 잘 입국했으면 그도, 픽업 팀도, 현지 지사도, 한국 지사도 평안하게 평소대로의 일상을 보냈을 텐데, 

여러가지 감정들이 동시에 밀려온다. 


픽업팀이 다시 내부로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안되는 것이 아닌가, 우울한 생각에 잠겨갈 때 쯤 수화기 저편에서 응답이 들려왔다. 다시 입국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고, 검문대를 다시 거쳐야 한단다.

5분 쯤 지났을 까, 벽이라고 생각했던 어둑 어둑 한 곳에서 키 큰 남성이 나왔다. 

그곳에 문이 있었다는 것을 그때 서야 알게 되었다. 

자신을 보안 요원이라 소개한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어둑 하고 긴 복도를 중심으로 여러 문들이 있었고, 

복도 끝의 문으로 들어서자 새로운 복도가 다시 나타났다. 함께 온 픽업 팀 여성이 걸음을 멈췄다. 

"여기서부터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권을 소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우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한다. 


보안 요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새로 생겨난 문들 중 하나로 나를 안내했다.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작은 규모의 검색대가 있었고, 두 명의 직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4번째 검문 수속, 함께 온 남성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고 있다. 

외투를 벗고, 시계를 풀고 가방을 검색대에 올린다. 액체 류는 따로 꺼내 제시한다.

 검색은 지금까지 보다 더 섬세했다. 그냥 지나쳐왔던 필통 속의 자까지 꺼내 날카롭지 않은지 확인 된 뒤에야 통과 할 수 있었다.


공항 관계자는 내가 마지막으로 타고 왔던 Aer Lingus 항공사로 안내 해줬다. 

안에서 금발의 직원이 나와 종이를 한 장 준다. 이름을 적고 분실 된 가방 두 개의 모양과 색깔을 차례 차례 작성 했다.


모든 게 어둑하고 눅눅한 기분이다. 이런 걸 적어도 찾을 수나 있을까..


맨 마지막 문항은 체크만 하면 되는데 해석이 되지 않는다. YES라고 체크하고 넘기기에는 왠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모두 NO라고 체크하면 된다고 한다. 제..젠장 YES라고 체크했으면 그나마 있던 운도 날릴 뻔한 거잖아.


식은 땀을 내쉬며 돌아섰다. 곧장 출구로 나가라고 한다. 필요 없다. 천천히 걸으면서 남편이 있는 곳으로 가는 거다. 

제지 당한다면 별 수 없지만 일단 가는 거다. 그저 눈에 띄지 않게 천천히, 뒤돌아보지 말고, 뛰지도 말고     

2분의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른다. 좋다, 이제 많이 걸어왔다. 출구 반대편인 입국심사대로 몸을 틀었다. 

상황을 파악 해보고 같이 나올 수 없다면, 얼굴이라도 보며 먼저 간다고 말이라도 해야 걱정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입국심사 대에 도착한 그 순간, 그가 철문을 통과하고 있었다.

매우 지친 표정, 땀으로 젖은 얼굴과 티셔츠.

눈이 휘둥그래져서 어떻게 된 거냐 물었다.

 

그는 위축 되어 있었고, 말을 잘 잇지 못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데, 빠른 속도로 뭐라뭐라 다그치는 압박감과 기약 없는 기다림이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더듬 더듬 거리며 갈증을 호소 했다.

언제나 기운 차 있던 남편의 모습에서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함께 편의점으로 가서 시원한 생수 1리터와 장시간 기다려 준 픽업팀을 위해 주스 2 병을 샀다.


1주 비자만 받고 통과했고 그 시간 안에 모든 서류를 정리해서 이민성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보통 4주의 기한을 주는 데 1주라니.. 딱딱함의 수치가 점점 현실감을 잃어간다.       


픽업팀의 차를 타고 도시 중심을 지나 남쪽의 샌디포드에 도착, 앞으로 3주동안 지내게 될 하울리 씨 댁에 도착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도착하게 되어 송구스럽다며 픽업팀 여성분이 하울리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돌아가고 난 뒤, 하울리 부인은 픽업 팀의 영어를 칭찬하며 우리를 안으로 들였다.

바닥은 하얀 카페트가 깔려 폭신폭신 하다. 마실 것을 권했지만 너무 지친 우리는 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 골아떨어졌다.


이불 감촉이 부드럽고 포근했다. 왜 어른들이 이불을 살 때 좋은 것을 고르라고 하시는지 알 것 같다.

언젠가, 어딘가에 정착하게 된다면 질 좋은 잠옷과 이불을 갖고 싶다. 


결혼식 날 친구들에게 받은 선물, 여기까지 들고 왔다. 내가 이런 선물을 받았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고 고맙다.

그리고,


..잘썼다. 친구들아.


다음날 아침, 은은하게 풍겨나오던 꽃향기가 이 백합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았다. 

그리고 몇달 뒤에나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 했던(반은 포기 했었던) 우리의 캐리어가 바로 집 문 앞까지 배달 왔다. 

우리는 신이나서 환호성을 질렀다. 


아침은 간단한 토스트와 시리얼이다. 식탁 너머로 보이는 하울리 씨네 정원 풍경은 참 아름답다. 


학원에 가는 날 점심은 샌드위치를 싸주신다. 햄, 닭가슴살, 참치 세 종류의 샌드위치가 번갈아 가며 매일 바뀐다. 

함께 싸주시는 오렌지 주스와 초코릿 바를 먹다보면 미국의 틴에이져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절대 어기지 않아야 할 약속, 6시의 저녁식사. 


하울리 부인이 성심 성의껏 만들어 준비하기 때문에 늦으면 얼마나 늦을 것인지, 

못먹게 되면 적어도 4시간 전에는 미리 말을 해줘야, 그녀가 고생을 덜하고 음식도 버려지지 않게 된다.

약속시간에 늦게 되면 미리 연락을 드려 도착예정 시간을 알린다. 

그러면 그녀는 우리가 올 시간에 맞춰 보관 해뒀던 음식을 다시 뎁혀서 내주신다.

   

우리와 함께 했던 이탈리아 청년들이 매번 예고 없는 지각과 외식을 반복 해 그녀를 많이 화 나게 했다.

그녀가 화 내면.. 무섭다. 


식사를 마치면 디저트를 주신다. 이것 마저도 전부 그녀가 만든다. 그녀가 직접 만든 루밥파이는 정말 최고다! 

치즈와 설탕으로 만든 하얀 크림도 너무 맛있다.

어느 펍이나 음식점에 가서 파이를 시켜도 그녀가 만든 파이보다 맛있지 않았다. 


40년 전에 요리학과를 졸업하셨다고 한다. 

솜씨가 빵집이나 요리집을 차려도 될 정도인데 왜 안하냐고 물었더니, 그런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못하겠다며, 

집과 정원을 관리하고, 요리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신다. 



우리가 있는 곳의 집 번호이다. 집집마다 다른 무늬로 꾸며져있다. 


앞 정원도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있었다. 이곳은 앞 정원과 뒷 정원이 나눠져 있어, 

앞 정원만 봐도 뒷 정원이 어떻게 꾸며져 있을 지 추측할 수 있다고 한다. 



7월의 아일랜드는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갖가지 꽃들의 색깔이 눈을 즐겁게 한다.








심지어 길가의 가로수 밑에도 조그맣게 예쁜 꽃들을 심어 놓았다.



이 나라는.. 처음에 그렇게 겁을 줘 놓고서 이젠, 아름다운 모습들을 뽐내며 우릴  맞이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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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7 그냥 아일랜드 2013. 9. 22. 01:31

암스테르담 도착.

각양 각색의 사람들이 저마다 어디론 가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에 오기까지 모두 검은 머리에 비슷한 피부 색깔을 가지고 있었는데 

우리와 비슷했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방인이 된 기분이다.

두근거리면서도 뭔가 어색하고 이제부터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뭔가 두렵기도 하다.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다음 탑승 구를 찾아 서둘러 이동했다. 두 시간 남았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나 싶기도 했지만 

일단 열심히 따라갔다. 역시 아직 입장 불가, 너무 일찍 왔다며 나중에 오라고 한다. 

남편은 또 다시 짐을 끌고 어디론 가 질주한다.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가. 조금은 앉아서 쉬고 싶고 시계도 이곳 시간으로 맞추고 싶고, 

그림도, 글도 쓰고 싶은데 그럴 틈을 주지 않는다. 뭐가 그렇게 바빠서.. 너무 힘들다

약간 다퉜다. 둘 다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태.

노키드는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이 처음인데다 환승시간이 두시간 밖에 없어, 혹시 비행기를 놓치지 않을까 걱정했던 거다.

함께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 카페를 찾았다. 

안 씻고 계속 비행기만 타니까 몸에서 냄새가 난다. 킁킁, 

청바지에서 나는 냄새가 특히 심한데 하필 이면 둘 다 청바지를 입고 오다니..

옆 테이블에서는 터번을 둘러 쓴 아저씨들이 '갓 파더'를 찍고 있고 우리는 푸른 눈의 금발 머리 애들에게 커피를 주문 했다.

 뭔가 기분이 묘하다. 

이곳은 이제 9시 인데도 해가 지지 않는다. 왠지 시간이 영원할 것만 같다.

다시 출국 심사다. 외투와 가방을 벗어서 심사대 위에 올려놓고, 100ml 이하의 액체 류는 지퍼 백에 담아서 제출한다. 

이제 출국 수속도 많이 익숙해졌다. 달관한 표정으로 수속을 끝내고 남는 것은 기다리는 일 뿐,

암스테르담에서 아일랜드로 향하는 출국 심사대의 규모는 상당히 간소한 편이다. 

 공항 직원들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채다. 

탑승 시간이 가까워지자 점점 많은 사람들이 좁은 대기 장소로 밀려 들어 온다. 남편은 자주 내 안색을 살펴준다. 

우리가 탑승 한 비행기는 에어 링구스, 아일랜드의 항공 회사다. 

한국인은 우리 밖에 없다. 같은 동양인은 이가 거의 다 빠진 중국인 노 부부 둘 뿐, 모두 중동인과 서양, 유럽인들.

그들의 표정은 딱딱하다. 

안내 방송으로는 영어와 게일어, 네덜란드어가 나오는 것 같다. 

영어는 제대로 알아 들을 수가 없고 게일어, 네덜란드어는 더 딱딱하게 느껴진다. 

나이 들어 보이는 남성 승무원의 지휘 하에 젊은 여성 승무원들이 움직인다. 

그 모습 역시 딱딱해서 왠지 아일랜드가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나마 위안을 느꼈던 것은 이 비행이 그 곳으로 가는 여정의 끝이라는 것,


35분 만에 아일랜드에 발을 디뎠다. 감격은 잠시, 다시 입국 수속이다. 

서류를 챙기고 서로 건투를 빌며 떨어졌다. 

좋아, 씩씩하고 쾌활하게 가자. 미소를 지으며 "Hello" 

아이리쉬 아저씨가 고개를 든다. 승무원들보다는 덜 딱딱한 표정이다. 

서류를 뒤적이며 이것 저것 묻는다.

"입국 목적은 무엇이냐, 얼마나 있을 것이냐, 숙소는 어디냐." 

"영어를 공부하러 왔다. 1년, 왕복 항공권의 내역은 여기에 있다. 숙소는 그 페이지에 적혀있다."

서툰 영어로 열심히 대답하고 기다리는데, 그는 뭔가 빠진 것이 있는 듯이 서류를 계속 뒤적인다.

"학원 이름은 뭐냐."

"ATC Language School."

심사원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도장을 쾅 찍어준다.

"좋다. 가라."         


이얏호! 됐다. 이제 남편만 무사하게 입국 수속을 마치면 된다. 

뒤돌아봤더니 저쪽 줄에서 남편이 여성 심사원과 수속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뭔가 손짓 발짓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뭔가 막히는 게 있나 보다.

목소리를 내어 도와줄까 하다가. 경험을 뺏는 건 아닐까 싶어 철 문 너머로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갑자기 심사원이 팔을 획 내밀어 저편의 벤치를 가리킨다. 남편은 고개를 숙이더니 터덜터덜 안쪽으로 들어간다.

뭐..뭐야, 이게 무슨 일이야. 방금 뭐라도 말을 할 걸 그랬나? 그래야 했던 타이밍이었나?

큰 소리로 남편을 불러 세웠다. 그가 나를 발견하고 철문 가까이 다가온다. 우울한 표정이다.

"..스쿨레터가 없어서 통과 할 수 없는 것 같아."

한국에 두고 떠났던 서류 뭉치 속에 들어있던 그 스쿨레터, 유학원에서 원본만 받아왔기에 공항에서 출력할 수가 없었다.

"나는 통과 했어"

 "심사원 마다 다 다르니까.. 너라도 통과해서 다행이다. 

나는 언제 여길 나가게 될지 모르니까 너라도 짐을 찾아서 어서 나가. 

입구에서 유학원 사람들이 마중 나와 있을 거야. 그 사람들한테 해결책이 없나 물어 봐줘.

핸드폰 밧데리가 거의 없으니 서둘러."


 짐을 찾으러 갔다. 

짐을 이동 시키는 검은 바퀴의 회전이 끝나있다. 남은 짐은 서너개 정도, 번호를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우리 짐은 보이지 않는다.  몇 번이고 돌며 확인했지만 없다.

비행기가 도착하고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저녁 12시가 다 되어간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짐은 나중에 찾기로 하고 일단 우리를 계속 기다리고 있을 유학원 사람들한테 가기로 했다.

커다란 문이 열리고 밖에는 남편과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두 여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입국장 안의 소식을 전하니 난처 해한다. 

입국대기, 짐 분실. 정말 운이 없는 경우인데 어떻게 2가지가 겹칠 수가 있느냐며 고민한다. 

"이미 입국장을 나선 이상, 다시 저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없어요. 그건 이곳의 규칙 이예요. 저 안에서 바로 짐 분실을 신고했어야 해요. 짐은 남편 분이 신고를 하거나 찾아서 나오셔야 해요. 

"남편 분 핸드폰 밧데리가 다 달았다고요? 그럼, 어떻게 짐을 찾아 나오게 만들죠..? 이미 짐을 다 들고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을 사람을.."

"죄송하지만 남편 분은 지금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어요. 당장 몇 시간 안에 나올 수도 있는 거고 

내일이고, 모레고 못나올 수도 있는 거고, 입국 거부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그 분과 연락이 안되니 다시 언제 데리러 와야 할 지 알 수가 없는 거고.. 게다가 우리는.."

벌써 자정이다. 그들에게는 어서 돌아가야할 또 다른 사정이 있고, 한시바삐 하루를 마치고 내일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여기 계속 머무르시겠어요, 아니면 먼저 가시겠어요?"

나는 기다릴 수 있다. 몇 시간이고 몇 일이고, 그러나 이 사람들은 무슨 죄인가. 내가 기다리겠다면 계속 같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지금이라도 금방 나올지 모를 노키드를 두고 먼저 갈 수 있는 건가? 내가 이 사람들과 먼저 가버리면 그 다음은?

아일랜드에 도착한 첫날, 발을 디디자마자 시간은 다음날로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우리가 이곳의 반갑지 않은 이방인임을 실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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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일랜드 여정 2

 현재까지 진행 상황, 방만한 준비로 고국을 나섰던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해 공항 노숙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발을 디디게 된다.

초짜였던 그들은 어둡고 따뜻하고 푹신한 그 어떤 곳을 밤새도록 찾아 헤매다가 차가운 나무 벤치 위에서 새벽 이슬을 맞았다.

새벽 05:10 기상, 잠에 굶주린 몸을 이끌고 나리타 공항을 향해 움직인다. 

 


 우리는 배낭2개, 캐리어 2개를 짐보관소에 맡겼다.(1700엔)

  • <공항노숙 팁>
  • *주의-공항노숙은 비용과 동시에 체력절감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눈부신 공항의 빛은 노숙자의 숙면에 장해를 준다. 안대나 선글라스를 챙기길 권한다.(정말 필요하다.)
  • 일부 공항은 담요와 베게, 간이침대를 제공 한다고 한다. 상황을 잘 설명하고 빌리는 것이 좋다.
  • 공항의 완벽한 알람은 '포스트 잇'이다. "5시에 꼭 깨워주세요"라고 써놓고 잠들면 반드시 누군가가 깨워준다고(시계 알람 설정을 해두는 것 역시 중요하다.)
  • 안전과 편리를 위해 짐보관소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코인락커의 경우, 저렴하지만 공간의 제약이 있고, 깜박한 물건을 다시 꺼내려면 비용이 새로 드는 단점이 있다.
  • 따뜻하며, 벽과 가깝고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가 있는 곳이면 좋다. 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은 안전하다.(공항 관계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 더 자세한 사항은  공항노숙가이드를 읽어 보길,

공항을 통하는 지하철의 엘레베이터는 넓다. 플랫폼까지 편하게 큰 짐을 이동할 수 있었다. 

곧 6시 25분이 되면 나리타 공항으로 떠나는 새벽 전철을 탈 수 있다.

'게이세이 스카이 엑세스 신형 스카이라이너'. 귀족 같이 긴 이름을 가진 그 노선은 환승 없이 45분, 한번에 우리를 나리타 공항으로 보내주겠다고 한다.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비행기는 오후 1시 반이다. 나리타 공항의 라운지는 아침 8시부터 열린다.

멍하게 쭈그려 앉아 있는 사이 남편은 그새 방향 확인을 마쳤다.


일본의 평일 아침 풍경은 참 신기하다. 한 무더기의 남자들이 같은 머리 스타일에 하얀 셔츠, 검은 바지, 검은 가방을 한 손에 쥐고 기차를 기다린다. 우루루 타고 우루루 내린다. 그 광경은 뭔가 슬프기도 하다. 너무 지쳐 침을 질질 흘리며 널 부러져 눈이나 겨우 뜨고 있어서 사진을 찍지 못했다. 아쉽다. 슬프다.


나리타 공항 겨우 도착! 

일본은 공항마다 고유의 캐릭터가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도장도 있다. 포켓몬스터가 유행하고 있었던 시절에는 각 기차역마다 비치 되어있는 캐릭터 도장을 찍어 모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서 놀랬던 적이 있었는데 공항도 이러고 있다니.. 

기념으로 노트에 찍어보았다. 잉크가 그럴 듯하게 잘 묻어 나와서 왠지 기분이 좋다.

이곳이 바로 우리가 오매불망 그리던 그 라운지 라슈란! 

늘 라운지는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머물다 가는 장소인 것 같았는데 내가 들어간다니 왠지 긴장, 두근두근 

노숙은 했지만 거.. 거지는 아닙니다. 냄새도 좀 납니다만.. 내쫓지 말아주세요.

라슈란 라운지는 1인에 1000엔 씩 받고 있었고 이용 시간에는 제한이 없다. 

티켓을 보이면 재 입장도 가능 하다. 단지 8시에 시작해서 8시에 마칠 뿐, 

라운지 내부에는 앉거나 누울 수 있는 자리와 읽을 거리, 다양한 음료가 준비 되어있다. 안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누울 수 있는 좌석이 있다. 4개 정도 있는데 그 중 가림 막이 있는 자리는 2개 뿐 이었다. 

 담요도 작은 것, 크고 두꺼운 것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 가져와서 덮을 수 있다. 

그가 블로그에 나의 초 절정 내츄럴 사진을 골라 올렸으니 가려주는 친절함은 생략하겠다. 

남편은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나는 어째서 인지 편히 잠들 수가 없었다.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해.' 짐을 다시 정리하며 나도 모르게 중얼중얼.. 왠지 모를 불안함이 엄습 해 온다.

우리가 쉬고 있던 자리 옆에는 분홍 기모노를 입은 여성을 그린 액자가 걸려있었다.

6년 전부터 언제고 가보자 했던 도쿄타워나 관람차 야경을 이번 기회에 가 보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해서 아쉬웠다. 

그저 여기까지라도 무사하게 잘 와서 이 그림을 감상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4시간 뒤, 정신을 잃었던 남편을 깨워 출국 수속을 밟으러 갔다. 

 들고 있던 가방과 외투를 모두 벗어서 심사 대 위에 올려 놓고, 용액 같은 물건 들은 지퍼 백에 담아 따로 제시 한다.

한국에서 나올 때 한 번 해봐서 나름 익숙하게 기본 동작을 실시 하였다.

뭔가 살벌하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리를 샅샅이 훑는다. 저..저희는 죄를 짓지 아니하였습니다. 보내주십시오.

이제 암스테르담으로 간다. 수속을 거치는 데 이곳 저곳 만화로 그린 안내 포스터가 눈에 띈다.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일본

식물 검역소의 반입 금지 항목을 만화로 그려 놓았다. 저기 과일, 야채 옆에 길쭉한 삼각 김밥 같은 게 뭔가 했더니 볏집 이란다. 

뭐? 볏집을 누가 가지고 와?? 했더니 사료용으로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각 나라마다 영수증을 증빙 하면 수입 가능한 과일 류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신기하다. 한국의 경우, 파인애플, 코코넛, 푸른 바나나는 모든 국가에서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 

더 자세한 사항은 이 쪽으로 ->http://ecustoms.tistory.com/1599

우리나라는 모델을 고용 해서 포스터를 만들고 일본은 만화 캐릭터를 고용한다. 2012년 7월 9일 부터 일본에서는 새로운 거주 관리 제도가 실시 된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집 남편은 먹을 것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이야, 드디어 장시간 비행이 시작 되겠다. 이제 네덜란드와 일본 승무원이 우리의 비행을 돕는다. 

그 말은 즉, 이제부턴 그나마 알아 먹을 수 있던 한문 권도 이제 안녕이라는 뜻, 

탑승부터 문제가 생겼다. 우린 분명 붙어 있는 자리를 예약 했음 인데..

출발 몇 일 전에 KLM에서 전화가 와서 귀국 행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서 다른 비행기로 변경 될 거라고 하더니

설마 출국 행 비행까지 변경 되었던 건 가!

 양 옆 자리로 일본 관광객 아줌마들이 자리 잡고 중간에 한 사람 씩 끼워 놓은 꼴이다. 

여행사 직원이 호호호 하면서 아줌마들 기분을 맞추고 있다.

 '손님들의 편의를 위하여 저희가 중간 자리는 쏙~ 빼놓고 예약했스므니다'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나름 신혼에 장시간 비행인데 관광객 아줌마들 편의 봐주며 샌드위치가 되어야 하는 거냐?

승무원을 불러 안되는 영어로 손짓 발 짓 섞어가며 '우리는 막 결혼했고 예약도 같이 붙어 있는 것으로 예약 했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냐.' 를 이해 시켰다. 승무원은 자리를 뜨더니 이내 난처한 눈빛으로 돌아왔다. 

안된다고 한다. 모든 좌석이 만석 이란다. 이대로 가야한단다.  




단거리 비행도 아니고 무려 10시간이 넘는 비행 좌석이 하필 이면.. 왜 이런 일이 생긴 건가. KLM 이랑 일본 아줌마들 여행사!!

너네 다 미워! 

열 받은 것을 풀 길이 없다. 뵈는 게 없다. 나는 시방 옆도, 뒤도 안보이는 위험한 짐승이다. 그저 앞 만 보일 뿐,

앞 좌석에 붙은 스크린 모니터에 각 나라 별 언어 공부 프로그램이 장착 되어있었다. 영어를 조금 더 잘했으면 한 마디라도 말을 더 했을 텐 데. 그래, 이건 다 영어 탓이다. 이 분노를 영어 공부로 승화 시켜주마.

우후훗, 히히히 내가 좀 하는 것 같아. 영어 천재가 되어서 유럽 땅을 밟을 수 있을 것 같아. 남편이랑 떨어져 있으니까 오히려 집중이 잘되잖아? 

(그러나 현실은 중학교 영어 수업 때 놀아서 제대로 정립 못했던 숫자와 달력 개념을 다시 익히는 것 만으로도 벅찼다.)

그때였다.


저 만치 에서 다가오는 저기 저 아름다운 승무원은 천사인가요. 작은 와인 한 병을 까서 컵과 함께 승객에게 넘겨주는군요. 

저.. 저건 누가 먹을 수 있는 건가요. 시방 저 같은 천민이 먹어도 되는 건가요. 

오오오.. 기내식과 함께 하는 와인이다. 따끈한 빵도 따뜻한 물 티슈와 함께 건네준다. 거절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받는다. 어찌 마다 하겠는가. 주는 건 다 받겠소! 이 비행기에서 뽕을 뽑겠소. 

일본에 있는 내내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10시간 동안 내가 구입해서 먹은 것은 수입 된 생수와 한국산 초코렛 뿐, 언젠 가는 아이를 갖고 싶고, 그 아이가 건강하길 원한다. 알 수 없는 요소는 되도록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라멘에 덮밥에 한정 없이 먹었을 텐데 이젠 그러기가 껄끄럽다는 게 참으로 아쉽다. 일본의 음식은 정말 맛있으니까.

기내식은 참아 넘기기가 힘들다. 너무 힘들었다. 전부다 먹기로 했다. 


아이스크림과 생수가 나왔다. 아이스크림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정말 맛있다. 동시에 너무나 아쉽고 너무나 안타깝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데.. 


옆 자리 아줌마가 화장실을 간 틈을 타 중간 자리에서 탈출!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을 달래다가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위로을 주문했다. 그것은 바로..

흐흐흐 나는 알고 있었다. 니가 컵라면을 준다는 사실을, 그것도 말을 해야 준다는 사실을, 

갑자기 컵라면이 나오자 뒷 자석에 있던 남편이 당황한다. 내가 시킨 거야. 그냥 먹어 우하하하!


포만감과 함께 다시 잠들려고 노력했지만 힘들다. 비좁은 양계장에 있는 듯한 기분, 

내가 자는 게, 자는 게 아니야. 잠이 들어도 어느 정도는 깨어 있는 반수면 상태, 3일 차 이러고 있다.

평안은 언제쯤 올 것인가.  




그리고 그녀는 잠들었다..가 금방 깼다. 음악이 필요할 때이다. 비틀즈를 찾았다. 이제부터 무한 반복이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젊고 생기 있던, 영원할 것 만 같던 그들은 세월이 흘러 이제 노인의 모습이 되었고, 존과 해리슨은 죽었다.


영원히 10대일 것 같았던 나는 이제 내년이면 30살이 된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시간이 지나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19살, 등교를 하던 나는 인생 계획을 적어보라는 학원의 찌라시를 받고 장난 삼아 60살 까지 적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의 나는 30 대가 될 나를 불쌍하게 여겼다. 엄청나게 우울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멀리 여행을 보내주고 싶어했다.

'29 세가 되면 어딘가 먼 곳으로..'

10년이 지나 지금, 정말로 먼 곳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절대 할 수 없을 거라 히히덕 거리던 10대의 모습, 모든 것에 걱정하고 우울해 했던 20대의 모습..

그리고 이제 곧 30대,  생각 만큼 우울하지 않다.  


어디든 가보자. 겁 먹지 말자. 행복해지자. 

그들이 말한 대로 내 인생 역시 짧을 테니까.

멀리 안내 음성이 들린다. 일본어다. 다시 영어, 그리고 네덜란드 어.

비행기가 흔들린다. 비행기 바퀴가 땅과 만나며 굉음을 낸다.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Life is very short, and there's no time for fussing and fighting, My friend.

The Beatles - We Can Work I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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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일랜드 여정 1

출발 하루 전, 전부터 가고 싶었던 군산의 중동호떡집을 들러 호떡을 사먹었다.

1943년 문을 열어, 올해로 70년이 되었다는 그 호떡집. 

지금은 옛날 건물을 그대로 보존해두고 그 건너편 건물에서 영업을 하고 있었다.

기름에 튀기지 않고 구운 느낌의 옛날 호떡을 만날 수 있었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달콤한 시럽이 주루룩. 

옛날 사람들은 이런 맛의 호떡을 먹었겠구나. 담백하고 폭신폭신한 맛이 참 좋았다. 검은 시럽이 툭 떨어질라 아슬아슬하게 먹는 재미도 즐겁다. 한 방울의 낭비도 없이 흡입해주마!  

꿀맛같은 잠깐의 여유를 누리고 곧장 집으로 돌아왔다. 1년을 전혀 다른 타지에서 살게 되는 거다. 그 짐을 각자 가방 2개에 담아야한다. 한 치의 공기도 용납할 수 없다. 

난장판이 된 거실과 압축에 온 몸을 바치는 남편의 모습. 마치 종교의식을 보는 듯하다. 출국용 짐은 줄이려고 해도 점점 크기가 늘어나는 괴상한 것이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우리의 소식지 삐약삐약0호 배송도 아직 완료되지 못했다. 포장하고 주소 쓰고..

무엇보다도 집청소... 끄아아...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왔다. 꾸역꾸역 모든일을 제대로 마무리하지도 못한채, 하지 못한 일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떠맡긴다. 편치 않은 마음을끌고 공항으로 향한다. 혼자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을 하러 간다. 


미리 적어둔 항공편 내역, 자주 꺼내 쓸 손공책 맨 앞면에 적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았다.

부릉부릉, 맥쿼리 씨가 만들어준 공항도로타고 공항으로!


공항벤치에 앉아서 마지막 일지도 모를 한국식 간이점심을 먹었다. 공항에서는 라면이 금지다. 기내반입용 가방에 수저를 좀 넣어둘 것을.. 완전 진짜진짜 싫어하는 일회용 수저를 구매하게 되었다.

너무 시간에 쫓겨 당장 눈앞의 일만 처리하다보니 공항에서부터는 준비 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열심히 챙긴 출국관련 서류도 집에 두고왔다. 서로 챙긴 줄 알았던 거다. 공항 인터넷카페에서 다시 출력하는데 한 장당 400원 총 6400원.. 이런 젠장.. 게다가 스탑오버 때 제공해주는 숙소예약도, 아이폰 언락도 20분 차이로 놓쳐버렸다. 핸드폰 중지를 신청해놓고 얼이 빠져있다가 정보의 소중함을 알았다. 연이어 핸드폰 중지신청을 하려는 남편을 부여잡고 3일 무제한 데이터 로밍을 하자했다. 

저녁으로 당분간 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나란히 시켜먹고 출국장으로 나선다. 

초장부터 남편의 짐에서 문제가 감지 된다. 그의 커다란 가방이 탐색대를 지나지 못한다. 매서운 눈빛의 직원이 모니터에 바짝 다가가 안에 무엇이 들었나 보고 또 보더니 결국 찾아냈다. 

바로 이것들! 서너번의 검사를 통해 뽀족한 나이프 여러벌과 드라이버 기타등등이 나왔다. 조심하라고, 우리는 철두철미해야한다고 엄중한 얼굴로 그렇게 신신당부했던 그 사람 가방에서 이런게 나왔어!  


걸린 물건은 재빨리 튀어나가서 공항 안에 있는 택배소를 이용하였다. 

여기까지는 재미있었다. 20시간 뒤에 벌어질 무시무시한 일에 비하면..

어찌되었던 대한항공을 탔다. 비행기는 역시 으흐흣, 기내식! 이 순간을 위해 내가 비행기를 탔잖아. 오늘의 식단은 뭘까. 혹시 채식식단이 있는 지 물어봤다. 그런 건 하루 전에 얘기 해야한다면서 대신 맛난 녹차와 과일 기내식을 준비해주셨다.

우와우 완전 좋아! 다다, 전부 다 너무너무 맛있다. 체리 좋아, 파인애플 사랑해. 드디어 나도 어디론가 멀리멀리 가는 구나. 

특히 이 녹차도 너무 맛있었다. 진한 녹차의 맛, 아마 가루녹차인 것 같다.

 

남편은 대한항공 회원가입을 하지 않고 있었다. 팜플렛을 보니 기내 안에서도 바로 가입할 수 있고 당일 마일리지도 받을 수 있다길래 승무원 분께 문의하여 남편을 가입시켰다. 우후후, 나도 대한항공 가족이 생겼어~~ 이제 마일리지 합칠 수도 있고 주거니 받거니 할 수도 있다. 

한국 항공기를 이용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미리 무언가 연습하고 있는 기분. 이 다음부터는 한글이 없다. 좀 불안하다. 비상시 대피요령 영문본을 한글본과 대조해가며 미리 읽어보았다. 미리 준비해둔 것은 없지만 어떻게든 일본에 도착했다.  

슬쩍 처다본 그녀의 핸드폰은 온통 일본어다. 그것을 능숙하게 다루어 일본어 문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아마도 잘도착했다는 뜻이겠지? 그녀의 바로 뒤에 있는 남편은 한글로 일본에 도착했다는 문장을 쓰고 있다. 비행기로 2시간이 걸리는 가까운 곳인데도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신기하다.

저녁 11시에 도착해서 수속을 마치니 버스, 전철 다 끊기고 공항 근처에는 걸어갈 수 있는 숙소가 없다고 한다. 큰 짐은 공항 짐보관소에 맡기고 남편과 라운지를 찾아헤메다 발견한 하네다공항 국제선 4층의 에도시대 거리. 공항에 이런 짓을.. 일본인들 답다.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일본에 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음이 고맙다.  

용돈을 주자 남편은 일본 자판기에 열광 하였다.

공항에는 수면실은 없고 라운지만 있는데 저녁 9시까지 운영 한다고 한다. 아니 이보게, 그게 무슨말이오! 그,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들은..

노..숙? 노숙, 공항노숙인거다. 주위에 사람들이 돈 아끼려고 공항에서 자고있나보다 쯧쯧 이 사람들..했는데, 그게 바로 내 모습이었던거다! 지금 이 시점에는 푼돈 따위 쓰잘데기 없는거다. 이건희 아저씨처럼 돈 많으면 몰라도..

이곳이 바로 우리의 첫 숙소다. 아늑한 조명과 은은한 애니메이션 음악이 나오는 이곳, 아으아 중고딩 시절도 생각나고 침대도 참 푹신했다.

힐링 조금하고 또 다른 숙소를 찾아 나선다. 이제 슬슬 지친다.. 나, 나를 그냥 잠들게 해줘..

전날도 밤을 샜다. 그래도 나는 조금자고 출발했지만 남편은 한 순간도 잠들지 못했다. 그 몸으로 가장 무거운 짐을 들고 내 몸을 걱정해준다. 저쪽 풀때기들 뒤에 가려져있는 벤치가 우리의 두번째 잠자리다. 자신이 짐을 보겠다며 내가 먼저 잠들길 권한다. 벤치는 딱딱하고 차갑다. 잠들기 힘들다. 몸이 흐믈흐믈 녹아내릴 것 같다. 눈을 감고 잠에 집중한다..

3시간 정도를 잤을까.. 그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정미 미안.. 하..한시간만 잘게.' 

그가 잠들고 까페에 앉아서 짐을 보며 일기를 쓰려고 일기장을 펼쳤다. 남편이 남긴 일기 끝은 이렇게 마무리 되어있었다. 

 음.. 그래 내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머리,몸통,다리. 중요포인트만 포착 된 낭비 없는 그림이다. 나도 그 아래에 그의 잠든 모습을 남겨줬다.


몸은 수고롭지만 정신은 말짱하다. 아무 계획 없이 일본 체류. 뭐.. 미리 뭔가 준비해오지 않아도 죽지는 않는구나. 죽지 않을 정도로 고생할 뿐. 문득, 검지손톱 밑이 따끔하다. 손의 수고로움, 설거지 음식물과 쓰레기를 맨손으로 급히 처리하고, 동전을 세알리고 짐을 이동하고.. 살짝 갈라졌다. 그때서야 손의 수고로움을 느낀다. 

암스테르담 가는 항공기를 타기 위해 일본에 10시간을 머물러야한다. 잠온다. 한 시간 뒤, 곧 6시 25분이 되면 나리타공항으로 떠나는 새벽 첫 전철를 탈 수 있다. 나리타공항의 라운지는 아침 8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가능한 빨리 이곳을 떠나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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