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미자 단양 통신 2015. 1. 25. 10:38

때는 가을이었다. 문득 울리는 벨 소리에 전화기를 확인해보니 집주인이었다. 

계약은 1년이 더 남았는데, 혹시 자식이 결혼해서 집을 비워달라는 전화인가?! 

흐드드 무서워서 안 받다가 결심을 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네, 000호 세입자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줄 것이 있으니 잠깐 나와보라는 소리에 남편과 나는 무장을 하고 밖으로 나갔더랬다.  

집주인 아줌마, 아저씨가 커다란 오미자 통을 가지고 트럭 옆에 서 계셨다.

그분들이 오미자 농사를 짓고 계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거 몸에 아주 좋아! 맛있기도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매번 꼬박 월세를 받으면서 줄 수 있는 게 이런 것밖에 없다는 그 분들의 말씀에 오해의 마음을 가졌던 내가 괜히 부끄러웠다.   


오미자 효소를 신 나게 집으로 들고 와서는 통을 부여잡고 재롱을 부리는 남편.

밑에 있는 설탕 뭉치를 녹여서 없애야​ 한다며 온몸으로 흔들고, 주먹으로 쾅쾅쾅 두들겨 대는 중

오미자차는 과연 어떤 맛일까.


쓴맛, 단맛, 신맛, 떫은맛, 매운맛 다섯 가지 맛을 가졌다 하여 오미자란 이름을 가진 빨간 열매,

간과 관절, 흉통과 감기 예방, 시력과 피로회복에 좋다. 

마침 집에 마실 만한 차는 유자차 아니면 커피, 매번 똑같았기에 싫증나던 참이기도 했다. 

 지인들과 나누기도 하며 겨우내 실컷 잘 먹었다. 


맨 처음에는 너무 많아서 이걸 언제 다 먹나 했는데 벌써 효소액이 바닥을 드러냈다.

역시 사람은 언젠가 다 먹게 돼 있는 거야.    

​오늘, 마지막 남은 오미자 효소액을 깔때기로 끝까지 싹싹 담아 넣었다. 


맨 밑에 가라앉아있던 액이라 참 검붉다.

아아.. 이게 이제 마지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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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지막 날 단양 통신 2014. 12. 31. 13:34



2004년 대학을 들어가며 시작했던 4년간의 학자금과 생활금대출을 오늘 마지막으로 완제 했다.
대출 신청을 하던 10년 전, 아무생각이 없었다. 이 것을 다 갚을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적어냈던 최대 상환기일 2022년 2월 20일. 그게 오늘이 되었다. 끝이다. 끝났다.

오늘, 눈이 내려 거리를 하얗게 덮었다.
은행을 나와 마냥 걸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시작, 새로운 시작이다. 내일은 그리고 내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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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선물 단양 통신 2014. 10. 25. 13:27

가난한 만화가의 명절 나기는 양갱 만들기로부터 시작 되었다.

원래는 밤만쥬를 만들어 갈 계획으로 베이킹재료 사이트를 뒤졌는데

마침 그때가 추석 명절이라 직접 만들 수 있는 선물 기획으로 양갱 세트, 강정 세트, 전병 세트 등등이 올라와있었다. 

레시피는 물론, 포장 방법까지 상냥하게 제시 되어 있었다. 

신세계였다.

처음 만들 때는 재료 비율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엉망이었다. 하루만에 완성 할 것을 삼일이나 걸려 겨우겨우 만들어서 

너무 속상했다. 많이 만들어서 여러 곳에 선물하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해서 아쉽다. 

혹시 만들어 볼 사람은 계량스푼을 꼭 구매 하길 권한다.

 

친정에도 만들어 가려고 했으나 엄마가 단호박 거절 했다. 

친척들은 실용성 있는 것을 좋아한다며 꼭 돈 주고 구입 한 상품이어야 한다고 한다.

열심히 만들고 있는데 너무 몰라주는 말만 하니 속이 상한다. 엄마 미워미워

 

결국은 시댁 분들이랑 지인들용으로만 제작 하였다. 

포장하고 스티커를 붙이니 정말 그럴 듯하다!

요거는 늘 신세지고 있는 선배네 집으로 간 양갱 선물


시집 온 후 처음 치르는 첫 명절 제사! 후덜덜.. 엄청난 각오를 하고 갔는데 내가 한 일은 별로 없었다. 

전 몇 조각 부친 것이 다였다. 제사상이 다 준비 되자 큰어머니께서 제기 하나를 더 올리라고 하셨다. 

'여기에 뭘 올릴까요?'

'저거, 자네가 만들어 온 양갱'

'예????'

그렇게  제사상에 양갱이 올라갔다. 과일 윗등 벗기듯, 양갱 한개의 포장이 벗겨진 채  

 

 

안동에 만화가 모임이 있어, 오는 길에 사온 안동 소주도 제사상에 함께 올라갔다. 

우와.. 안동소주는 정말 맛있었다. 다음에도 또 마시고 싶다. 

 

제사가 끝나자, 이쁜 조카가 핑크색 장미모양 양갱을 쥐더니 얌냠 먹는다. 

설탕을 넣지 않았기 때문인지 한입 먹더니 안먹는다. 으,으응? 마, 맛이 없었구나.

미.. 미안, 이거 어르신 용으로 만든거라..

 

 

제사 끝나고 성묘를 한 후, 선물을 한아름 들고 친정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추석 동안의 나의 심정.

6일동안 우리는

단양->안동->군산->부산->단양.

너무 힘들었다. 

게다가 단양으로 다시 돌아올 때 기차를 놓쳐

택시를 타고 기차와 경주를 해서 

뒷 역에서 겨우 타는 미션임파서블의 한 장면까지 연출해야 했다.. 

 

새벽 4시가 되서야 집에 겨우 도착해서 3시간 반 자고 바로 도서관 출근,

'사람 살려..'하고 있는데 도서관에서 추석 선물을 딱 준다. 

아닛, 이.. 이것은 방사능 가득 참치세트! 

예전 회사 명절 과일 선물 이후로 매우 오랜만에 받는 일터 명절 선물이라 왠지 감격스럽다. 

  

 

명절 탈출 기념으로 남편과 한잔 하며 카드 놀이를 했다. 

카드 놀이도 참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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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기르기 단양 통신 2014. 8. 30. 08:52

 

1. 먹고 난 맥주병을 잘라서 쇠코챙이를 불에 달궈 물구멍을 푹푹 뚫고

2. 불린 콩을 넣은 다음 검은 무언가로 덮어, 어둡고 시원한 곳에 둔다. 

3. 하루에 최소 물 6번을 준다. 

 

전부터 시도 해보고 싶었던 콩나물 기르기.

불에 달군 쇠코챙이로 물구멍 뚫는 것과 하루에 물 6번 주는 게 가장 힘들었다. 

 

괜히 아까운 콩만 곰팡이 썰어서 버리게 되는 건 아닐까,

정말 콩나물이 자라날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린지 5일이 지나

우와! 진짜 자라났어. 머리를 쑤욱 치켜들고 노란 얼굴을 뽐내는 그들.

 

첫 수확.

집에서 기르는 건 잔뿌리가 많이 나는 것인지.

욕심이 많아 콩을 너무 많이 넣은 탓인지. 

꽤 열심히 잔뿌리를 다듬게 되었다.

 

언젠가 농사도 짓고 싶다. 먼저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보고 싶은데 

스티로폼 상자만 가져다 놓고 벌써 4개월째 방치 중이다.

1.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구매한 흙은 써야 한다나.. 

2. 근처 흙을 구해와서 냄비에 볶아서 쓰면 벌레들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이러든 저러든 석연치가 않아 밍기적 거리고 있다. 

 

시장바구니를 얼마 채우지 않았는데도 금새 돈이 떨어진다는 시나리오를

반복하다보면 뭔가 허무하다. 무한의 사슬 고리 안에서 빙글 거리고 있는 것 같다.  

내 몸값은 똥 값인데, 물건 값은 금 값이다. 

농작물은 그대로인데(혹은 그 전보다 오염 되었거나) 더 비싸다.

대체 얼만큼 벌어야 마음껏 먹고 살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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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기쁨 단양 통신 2014. 8. 29. 22:16

글을 올리고 싶은 순간 순간들이 너무 금방 지나가버려 아쉽다.

매일매일 글을 써서 올리는 부지런함이 없음도 아쉽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글을 남기고 있기에 쉬운가 했더니, 그런 사람 되기는 어려운 거 구나. 


지금의 마음이 중요한데, 지나간 기억을 잡으려고 애를 쓰다보니 글을 남기는 일에 흥미가 떨어진 것 같다.

지금은 단편 만화를 하나 끝낸 후, 장편만화를 그리고 있고, 버스를 타고 20분 거리의 시골 도서관을 다니고 있다. 

작은 수입이지만 꾸준히 어디론가 가서 정해진 시간동안 머물다 오는 것이 좋다.

큰 책임을 둘러맬 일도, 사교에서 오는 괴로움도 없다. 

나는 그냥 잠깐 스쳐지나가는 사람.  


베이킹을 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시작 하기 위해 스스로를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는 대부분 두 가지의 이유다.

하나는 건강, 또 다른 하나는 적게 소비 하기 위해서. 

기초 베이킹 기구를 시어머니께 물려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베이킹은 미지의 대상이었다. '몇년 뒤에나 할 수 있을까나..' 

삼일 뒤, 없는 돈을 탈탈 털어 중고 전자저울을 저렴하게 구입했다.  

도서관에서 책 하나를 빌려 따라했다. 금새 뚝딱! 하고 쿠키가 탄생 했다.

'몇년 뒤가 바로 지금이 되었어!'

순간 순간 짜르르 한 기쁨.



간혹 태워먹을 때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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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아무 것도 살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있는 것으로 어떻게 때워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은 그게 아니었다. 평소에는 들여다 보지 않던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더니 지름신이 들려 마구 눌러대기 시작했다. 

 

 

거실 식탁, 이것을 포함 해 대부분의 가구를 이케아 제품으로 구매했다. 

스스로가 조립 해야 하지만 단가가 저렴하다. 

좁은 공간에서 활용도가 높도록 디자인 되어 있어 작은 집에 효과적이다.

남편은 이전에 부모님 서점이 수해를 입어 다시 인테리어를 할 때 이케아 제품을 많이 구매해봐서 그런지 

어려움 없이 뚝딱뚝딱 잘도 완성해 나갔다. 그때 못도와줘서 미안..

 

 

 

 

 

여기서 다시보는

노키드의 동아서적 복구기

 

 

 

 

 

 

 

 

 

 

 

 

 

 

 

 

 

 

 

 

 

 

 

 

 

 

 

 

 

 

 

 

 

1. http://blog.naver.com/starfucker6/120172847100

2. http://blog.naver.com/starfucker6/120172909984

3. http://blog.naver.com/starfucker6/120177396788

 

 

남편의 키를 닮은, 에너지소비등급 1등급 냉장고를 샀다. 

어르신들은 작은 냉장고라고 하지만 아일랜드 쉐어룸에 있었을 때 냉장고  한 칸 썼던거 생각하면..

냉장고를 열 때마다 만주벌판 같다.

냉장고도 들어오고나니 나름 거실 겸 주방의 몰골이 갖춰졌다. 

 

 

 

 

 

 

 

 

 

 

 
   

남편은 요즘, 아일랜드를 떠날 때

소연언니한테 선물 받은 비타민을 

큰 물컵에 떨어뜨려 색깔이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취미다

 

 

 

큰 방 겸 작업실에 놓는 책장, 남편 책이 얼마나 많은지.. 내 책은 그의 것의 반의 반도, 10분의 1도 안된다. 

사실 이건 남편의 책장이다. 맞은 편에 있는 책장도 남편의 책장이다.

나는 그저 꼽사리 껴 공간을 얻어 쓰고 있는 것 뿐. 

 

에로 대마왕 빠수님께서 신혼집에 욕망카드시리즈 작품을 아주아주 저렴한 값에 하사 하셨다.

언젠가 그의 작품을 제 값 주고 살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그의 욕망 발기 찬 작품은 이쪽으로 들어가면 더 많이 볼 수 있다. -> http://blog.naver.com/ppassu

 

 

욕망 가득 한 그림이니 '역시 화장실에 걸어야 하지 않나?' 했더니 

화백님께서 버럭하시며 결사 반대. "절대 안됀다!" 하시길래

 

집에 들고와서 책장 위에 전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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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계약을 한 후, 이사하기 전까지 부산에 있는 엄마 집에서 한동안을 보냈다. 

지내려면 시댁 가서 남편이랑 있어야지 왜 이러고 있냐며, 남편이랑 떨어져 있으면 안됀다며 엄마가 괜한 걱정을 했다.

서로 편한 것이 편하다는 지론으로 나는 엄마 잔소리를 지그시 넘겼다. 

이사 3일 전, 엄마는 이사 전에 청소를 해둬야 한다며 단양 행을 천명하셨다.

부산과 단양 사이의 영주 터미널, 버스를 타고 가려면 이 곳을 한번 들려야 한다. 부산에서 3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곳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단양으로 들어 가는 것이다. 

운 좋으면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지만 아닐 때는 1시간이 넘게 대기 해야한다.

 이번에는 운이 그닥 좋지 않았다. 

우리는 근처 기사 식당에서 밥을 먹고 다시 터미널 의자에 앉아 시간을 때웠다.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냐며 타박이 들어온다. 시댁에서도 5시간이 떨어진 거리 라며, 그렇게 어른들한테 도망가고 싶냐고.

'그렇소.'

우리는 그저 사람이 적고 경치가 좋은 곳에서 살고 싶었을 뿐이다.(거기에 집값도 저렴 해야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또 생각해보면 어른들한테 침범 당하지 않는 우리만의 영역이 필요 했던 것이 었는지도 모르겠다. 

  

집에 도착 하자마자 폭풍 청소가 시작 되었다. 

깨끗이 청소를 해놔야 가구가 들어와서는 밑이 깨끗하다며 

그리고 잘 살지 말라며 칼 같은 것도 숨겨두고 가는 사람도 있으니 꼼꼼히 청소 해야 한단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는 부서진 작은 칼을 발견 했다. 엄마 말 듣고 나서 봐서 그런지 소름이 돋았다.. 

그 후 엄마의 샤머니즘이 시작 되었다. "아이고오~~~ 안됀다. 안됀다아!"

 새 장판 태운다면서 뭐라 했지만 엄마는 내 소리를 들은 척도 안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소금, 팥, 고춧가루를 섞어 태우며 방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결국 거실 장판을 조그맣게 태워버렸다. 


새 도배, 장판을 마친 집 냄새가 심해서 문을 다 열어 놓고 다른 곳에 가서 자기로 했다. 

엄마는 한사코 저렴한 근처 모텔로 가자며 했지만 나는 엄마를 강제로 택시에 태워 호텔로 향했다.

단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래 된 호텔이다. 

바로 집 근처에 신식 호텔 대명리조트가 있었지만 굳이 택시를 타고 이곳으로 왔다. 

옛날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이 곳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거기에 평일에는 간소한 조식이 무료로 제공 된다.  

대명리조트에 밀려 손님이 적어진다. 그저 오래 살아남길.. 이곳이 없어진 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

'이야, 딸내미 아니면 은제 이런 데서 자보겠노.'

모텔 고집 하던 엄마는 어느새 신이 나서 창가에 앉아 포즈를 잡으신다.

우리집 손님 0호, 엄마.

왜 1호가 아닌 0호냐면 우리 집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해드리지 못했기 때문.

이부자리도 없고 먼지 가득 있는 집에 앞뒤 안보고 달려와 준 우리 엄마. 

다음 번엔 정돈 된 집에서 맛난 것 먹고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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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들 중 한 가지를 꼽으라면 역시 떡이 아닐까,

밥 하기 귀찮고 배고플 때, 큼직하게 떡 두 덩이만 구워 먹어도 든든하고 맛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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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단양 통신 2014. 6. 18. 23:40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서로 번갈아 가며 몸살로 고생을 했다.

어서 집을 구해야 일을 시작할 수 있는데, 일어나기가 어려웠다.

2주를 양가 부모님 집에서 신세를 지며 몸을 가눈 뒤,

머물 곳을 찾아 남한강을 따라 일주일 간 돌아다녔다. 




이런 80년대 느낌 간판 너무 좋다. 아마 내 나이 만큼 먹지 않았을까?



결국 예전에 살았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계약 하러 가는 길에 맞았던 비가 점점 눈으로 변해 창 밖을 하얗게 만든다.

오랜만에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이 곳의 부동산은 전월세 매물은 취급 하지 않는다. 

거리에 붙은 전단지, 혹은 나름 활성화 되어 있는 동네 게시판을 보고 연락하고 찾아가서 직접 계약을 한다. 

전에는 집주인과 일대일로 좀 불안하게 계약을 맺었는데, 

이번에는 관리사무소 주임님의 중계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1개월 뒤 다시 오면 이제 이곳에서 사는 거다.

그리고 1개월은 또 눈 녹듯이 금방 찾아왔다. 우리는 1톤반짜리 트럭 두대와 함께 덜컹거리며 이사를 왔다. 

난생 처음으로 불러 본 지게차. 부자들만 쓰는 건 줄 알았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우린 부자인 거다.

지게차와 창문을 연결 시키는 판을 끼워야 비로소 짐을 옮길 수 있는데,

'어.. 이거 어떻게 두어야 하는 건가요.;;'

앞으로, 옆으로, 뒤로, 거꾸로, 요리 조리 돌려본다. 지게차 아저씨가 밑에서 소리 쳐도 들리지가 않는다. 가슴이 타다가..

"맞나요!?"

"그래, 맞아! 자 간다아으아아"

지게차는 생각보다 아찔했다. 물건을 집어 내리다가 한 개 정도는 저 밑으로 꼭 떨어뜨릴 것만 같다. 

세탁기 같은 경우, 밑에 양탄자를 두고 끌어 당기면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 흠집도 내지 않으면서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짐을 다 옮기고 아저씨들이 돌아간 풍경. 아직 짐을 정리한 것도 아닌 데 벌써부터 뿌듯하다. 

배고픈 김에 그릇 몇개를 대강 씻어내고 여기저기 흩어진 반찬들 찾아서 대충 끼니를 때웠다.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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